뉴욕뉴욕뉴욕 : 뉴욕 (feat. BTS) :: 달리는 엄마, 런닝맘 RUNNING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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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저기 그리고 쪼기 밖 2020. 10. 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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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봐도 10000% 확률로 관광객이다


    내 생에 첫 뉴욕에 다녀온지도 벌써 꼬박 2년이 지났다. 어린시절부터 뉴욕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고 계속 그렇게 가보고 싶은 도시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언제까지 가보고 싶어 할건데?
    - 그냥 지금 가자!

    어디서 어떻게 막 찍어도 예술



    그렇게 충동적(?)으로 항공편을 티켓팅 하자마자 내 마음은 이미 뉴욕에 먼저 가버린듯 했다. 집 현관을 나서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오랜 비행시간,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뉴욕. 이상하게 고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정말 그랬다. 적어도 처음으로 내가 아는 뉴욕의 모습, 미디어로만 접해왔던 뉴욕을 내가 딛고 섰다는 기분을 만끽한 그 순간 만큼은.


    1일 1블루보틀 했다



    뉴욕 여행의 테마이자 컨셉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선 머무름의 기분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으로 정했다. 내가 아는 뉴요커들 처럼 하루하루 보내기. 여행 중에 자주 이용했던 리프트 기사에게 어쩌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진짜 뉴요커는 사실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눈 깜박일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라나.

    어쨌든 나는 가짜 뉴요커로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만큼 뉴욕을 최대한 즐기고 만끽하려고 부지런히 놀았다(?).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진행하는 야외 요가 일일 클래스를 수강하기도 했고 블루보틀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테이블에 앉아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뉴욕의 이미지를 내 마음 안에 가득 담았다. 물론 핸드폰 사진첩에도


    뒤돌아보면 서 있는 크라이슬러 빌딩



    뉴욕은 공사판 천지였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그런지 죄다 뜯어 부수고 고치고 있느라 시끄럽고 먼지가 날렸다. 접근금지 라인 너머 뚜껑 열린 맨홀에서는 하얗게 김이 잔뜩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가 났다. 오 이런게 진짜 뉴욕이지
    정말로 놀랍고 신기하게도, 뉴욕에서는 좋고 싫음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뉴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 최애 연예인과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코앞에서 대놓고 코를 후벼파도 좋은 팬의 마음 이랑 비슷하려나? 이렇게 써놓고 보니 콩깍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뭐지. 그래도 뉴욕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뉴욕을 아끼거나, 뉴욕과 사랑에 빠졌거나, 뉴욕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Who am I?


    가십걸 시즌1 오프닝의 배경인 그랜드센트럴 역. 여기를 떠나려는 사람과 여기로 떠나 온 사람들이 이 한 점에 모두 모여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용산역-아이파크몰 구경간 거랑 비슷한 느낌일듯.

    나는 뉴욕에서 매일 꽃을 샀다


    여행을 가면 현지의 날씨가 좋길 바란다. 비나 눈이 오면 컨디션도 달라지고, 볼 수 있는 풍경도 달라지고, 이동에 많은 어려움과 제한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안타깝게도 뉴욕에 있는 동안 꽤 많은 날 비가 왔다. 딱히 불만이 없었던 이유는 내가 싫고 불편해한다고 해서 내릴 비가 그칠 턱은 없으니 비오는 뉴욕 즐기지 뭐- 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도 잠시나마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고 바란 시간이 있었는데,

    불친절한 점원 아주머니가 아이스크림은 많이 담아줬네..?


    지하층에 있는 벤앤제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부지런히 먹으면서 주변을 구경했다. 블루보틀도 있었는데 내가 사고 싶었던 텀블러는 여기 매장에도 없어서 시무룩.


    사실 탑오브더락은 선셋과 야경으로 더 유명한 뷰포인트인데, 이렇게 비가 오다 가다 하는 흐린 날에는 선셋도 야경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 같아서 대충 비는 시간에 예약하고 맞춰서 올라 왔다.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오지 뭐. 그리고 못 갔다 오히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여기저기 옮기고 돌아다니면서 보고싶은 만큼 실컷 보고 좋았다.

     
    뉴욕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 중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세 사람 있었다. 첫번째는 jfk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받아들며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예쁜이" 라고 인사 해 준 Mr. Albuza. 심지어 이름도 알부자 그는 자기 명찰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한국 사람들에게 자기가 인기 많다고 했다.
    두번째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랩원피스를 입고 브로드웨이를 지나다가 횡단보도에서 마주친 남자.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은 방긋 웃더니 무릎을 굽혀 Your Highness 라고 인사했음. 옷이 예쁘다는 칭찬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군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이 글의 주제나 마찬가지인 사람인데- 탑오브더락의 엘레베이터 에스코트 진행요원이다. 오래되서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굉장히 텐션 넘치던 흑인 친구, 그녀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유는 바로 나에게 두유노싸이 Do you know BTS 를 시전했기 때문.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어디에서 왔니도 아닌, 오 너 당신 한국에서 왔지! 라고 말하며 반가워했고, 그럼 당연히 너도 BTS 빅 팬이겠네 (나는 그때쯤 방탄소년단=BTS 인 줄 알게된지도 얼마 안 된 멍튱이 였음을 고백한다 미안하다 잘 몰라서..) 라고 하는데 응? 응!.. 사실 미국인한테 두유노를 당한 충격에 빠져 허우적 대느라 그녀가 한국말로 BTS 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며 즉석 1인 무대를 선보이는 것조차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몇 번 들어보았고, 그들이 뉴욕에서 곧 콘서트를 연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원래 노래를 찾아 듣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고 내가 듣는 음악이라 해봐야 러닝할 때 듣는 EDM 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알고보니 내가 귀동냥으로 오며가며 여기저기서 음 어떤 남자 아이돌 노래군 요즘 이 노래아 유행인가-하고 생각하며 들었던 노래들 중 상당히 많은 노래가, 실은 BTS의 노래였던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무대는 돌이켜보면 fake love 였던 거 같다

    심지어 그녀는 내가 탈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쉬지도 않고 내가 맞장구칠 틈도 안 주고 쉴새없이 BTS를 찬양했다. 다음 달에 하는 콘서트에 얼마나 힘들게 티켓팅을 성공했는지, 자기가 이세상에서 제일 행운아라면서 모든 인생의 과업을 이룬 기분이라던. 아마 표를 구한 아미들은 다 비슷한 심정일테지만.

    나는 탑오브더락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뒤로 펼쳐진 뉴욕을 둘러보며 empire state of mind 를 들었다. 촌스럽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올라 저 노래를 듣는다. 거기서 이어폰 끼고 노래듣는 사람들 십중팔구 저 노래임 내가 다 봤다

    뉴욕의 상징과도 같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당연한 아기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는 볼 수 없다. 한국 아티스트이지만 한국에서보다도 외국에서 먼저 예술성과 잠재력을 알아봐줬듯이. 오늘 유투브에서 BTS가 경복궁에 설치된 무대에서 공연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진짜는 남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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