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에 따르자면 가사와 육아를 잘 "도와주는" 남편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보통의 남자로 사회생활을 하다 운명의 이상형(?)을 만나 결혼해 꿈에 그리던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었지만 늘상 아이 엄마와 부딪히기 일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육아가 뭐가 어려워? 집에서 쉬면서 애 볼란다! 하는 각오로 육아휴직을 쓴 아빠의 고군분투 육아 서사시.
저자는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거라는 인식이 누구에게나 당연한듯 깔려있음을 지적하며, 아빠가 왜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여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남의 집 아이, 사촌 동생, 심지어 친 동생이라도 내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것과 단 하나라도 같을 수 없음을, 또한 하루 단 몇 시간 단편적인 조각육아로는 육아에서 오는 직간접적인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저자 또한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집에서 오롯이 아기를 보기 전까지는 아내가 왜 신경질적으로 변했는지, 우울감에 젖어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토록 사랑스러운 아이와, 직장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없이 집에서 편히 쉬면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아이를 도맡아 키워보니, 육아란 비위 맞추기 까다롭고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직장 상사가 24시간 항상 곁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주양육자가 육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이만큼이나 절대적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아이에게 있어 주양육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흔히 아이는 아파도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말들은 엄마를 주양육자로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저자는 외친다. 아빠도 육아해야 한다고. 단순히 배고파 우는 아기를 달래가며 밥 한 번 먹여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기의 밥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먹이고 난 후 뒷처리까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직접 해보아야만 한다고 말이다.
책아기가 잘 때 쉬라는 말이 얼마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지, 이제 좀 익숙해져서 할만하다 싶으면 아기는 또 금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너머로는 치워야 할 살림과 정돈되지 않은 집안일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쉴 수 있는 시간은 아기가 잘 때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아기를 돌보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시간 뿐이기에 아기 키우는 집의 일상에는 퇴근이 없다. 직접 애를 키워본 적이 없어 사정을 모르는 지인들은 남는 시간(?)에는 영어 공부든 해서 자기 계발이라도 하라고 채근한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집에서 노는 시간에도 공부해야 한단다.
아기는 모든 의사소통을 울음으로 하고, 그 반복된 울음에 노출되어 있다보면 누구나 신경쇠약이나 울렁증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아기의 우는 소리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육아의 어려움을 키운다. 부부는 공동체이고, 아이 또한 두 사람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실인만큼 단순히 집 바깥의 일과 집 안의 일을 나누어서 분담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옳지 않다. 적어도 아이가 생기면, 육아에서만큼은 집 안에서도 함께 하여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함께 양육하면 아이 양육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나눌 수 있으니 자연스레 줄어든다. 적어도 아기와 외롭게 씨름한다는 감정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기라는 존재는 부모에게 있어 사랑이자 그만한 책임이다. 아기는 너무나 작고 연약한, 옆에서 먹는 것부터 재우는 것까지 하나하나 일일이 다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돌봄이 필요한 존재다. 그러므로 아기를 사랑하는 것에는 반드시 책임이 포함되어야만 한다.
부모는 아기를 위해 늘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잠일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돈, 시간, 건강 또는 모든 자유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된다는 것이 '나' 를 포기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 생활에서 워라밸을 추구하듯 육아에서도 양육자로서의 나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하는 나와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기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아는 부모가 아이에게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아기를 키울 것이다. 나와 남편은 우리가 아기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아기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아기가 성장통을 겪듯이 우리도 부모로서 거듭나는데 여러가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엄마 또는 아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떠맡은 것이 아닌, '우리'라는 점에서부터 이미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