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 나서 쓰는 산후조리원 이야기, 분만 출산 후기, 제왕절개 출산 :: 달리는 엄마, 런닝맘 RUNNING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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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득 생각 나서 쓰는 산후조리원 이야기, 분만 출산 후기, 제왕절개 출산
    우리의 첫사랑/신생아 키우기 2020. 11. 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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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에서 산후조리원 이야기를 주제로 다룬 드라마가 새로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내 조리원 생활이 생각나서 쓰는 출산 후기 아닌 산후조리원 후기.

     

    얼마나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지 모른다

     

    여러가지 이유로 제왕절개를 선택했던 나. 보통 수술로 분만한 경우 일주일(6박 7일) 정도 입원한다. 다행히 수술이 빨리 잘 끝났고 출혈도 적어서 잘 된 편이어서 회복도 나름 괜찮게 잘 되었음. 물론 전신마취를 하고 생살을 찢는(...) 큰 수술임은 틀림 없어서 입원 기간 내내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수술 4일차 정도 되자 혼자 (겨우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 무통주사, 페인부스터에 각종 진통제를 주사로 맞아가며 버티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진다.

     

    나는 병원에서는 1인실에 있었고 산후조리원에서는 특실을 썼는데 크게 다른 점은 없고 기본적인 시설과 방 크기만 조금 차이나는 정도였다. (물론 산후조리원마다 다르다)
    보통 병원과 연계된 조리원은 해당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만 예약을 받아주는 경우가 많고, 임신기간 쭉 진료를 다니다 응급 상황과 같은 예외적인 이유로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서 출산한 경우에는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예약한 곳은 그랬음.

     

    분만 병원에 조리원이 연계되지 않은 경우에는 빨리 예약하는 편이 좋다고 들었다. 나는 병원에서 알려준대로 안내받아서 예약했고 적어도 2주는 있으려고 예약도 2주로 했다. 그리고 이때까진 몰랐지

     

     

    산후보양식 같지만 내가 젖소가 된 기분이 들었던 건 왜일까

     
    대개 산후조리원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신생아 케어에 집중해 엄마가 쉴 틈이 없는 경우와 엄마의 휴식에 집중해 엄마가 굳이 아기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 내가 있었던 조리원은 전자였는데 보통 이런 경우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곳이다. 나는 젖몸살이 왔구나 했는데 산모님 이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조리원에서 느낀점은 아 내가 진짜 엄마구나 싶은 것. 임신하고 산부인과를 다니면서도 내 몸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아기인가 싶을 때가 많은데 산후조리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조산기로 임신 기간 내내 많이 울기도 울었고 불안했던 나는 아기를 내 눈으로 보고 안아볼 수 있는게 훨씬 마음 편하고 좋았던 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아기를 돌보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신생아실 청소 시간인 두 시간 정도는 필수 모자동실 시간이었는데 이때는 아기가 거의 잠만 자고 있을 때가 많아서 막상 뭘 하지도 않았음. 가끔 밥 먹이고 가끔 기저귀 갈아줬던 것 같다. 수유콜을 받지 않으면 신생아실을 갈 일이 없으니 아기 보려면 수유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새벽 수유 콜은 도저히 못할 거 같아서 미리 말해두고 잠이라도 푹 자자 싶었는데 젖이 차는 통증 때문에 어차피 새벽에도 하루도 편히 못 잤다. 정말 조리원 있는 내내 하루도 푹 자본 적이 없었음.

    코로나 때문인지 조리원이 만실인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수유실에 가면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아기 엄마들을 만났다. 조리원 동기니 뭐니 하는데 나는 그런 친목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아기 키우는 걸로 수다 떠는 건 남편으로 충분해서 굳이 아는척 하고 싶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거 말고는 공통점이라고는 하나 없는데. 뭐 이건 개인적인 생각 차이지만.

    누군 이렇대, 저건 저렇대 비교하는 것도 싫고 비교 당하는 것도 싫고. 수술 이틀이 지나자 젖이 돌고 직수와 동시에 유축을 시작했는데 첫 유축이 60, 하루가 다르게 차차 늘어서 조리원에 갔을 땐 무려 160을 찍었다. 굳이 이런게 부러워 할 일은 아니지않나? (그리고 모유수유가 수반하는 통증과 불편감이 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못 이겨 한 달을 겨우 먹였음)

     

    한 송이에 신사임당님 한 장인 샤인이


    아기 케어를 전적으로 맡아주면서 산모의 회복에 보다 집중하는 조리원은 (나는 안 겪어봐서 모르지만) 막상 있을 땐 좋지만 퇴소 후 바로 혼자 아기를 돌보아야 한다면 어려움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후기를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그렇게 산후 케어를 프리미엄급으로 해주는 정도의 고급 조리원은 없고 대부분 병원 연계된 곳이라 잘해야 매일 산후 마사지(경혈 마사지) 받는 정도일거라 잘 모르겠다. 나는 그 마사지조차 유선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받다 말았다.

    나는 조리원에서도 궁금한 건 그때그때 바로 선생님들한테 여쭤보고 체크하기도 했지만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덕분에 아주 오래 전이기는 해도 최소한의 아기 돌보기 상식(?)을 가지고는 있어서 조리원 퇴소 후 따로 양가 도움이나 산후도우미 보조 없이도 남편이랑 둘이서 그런대로 잘 케어했던 것 같다.

    조리원을 2주 예약했지만 모유수유에 대한 스트레스와 갇혀있는듯한 답답함에 일찍 퇴소를 결심했다. 막달에 들어서 일주일 넘게 입원했기 때문에 거의 한 달을 갇혀있는 느낌이었고 남편에게 집에 가자고 엉엉 울 정도였음.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도 아닐걸(?)

     
    뭣도 모르고 사랑 만으로 키우기에는 신생아는 너무 작고 연약한 존재라 매 순간이 조심스러웠다. 산후조리원에서 클래스도 듣고 많이 배워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임신 태교 교실부터 산후조리원 클래스까지 아무것도 못 해봤다. 그나마 별 탈없이 안전하게 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걸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기 제대(탯줄)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조리원에 있는 동안 다행히 예쁘게 잘 떨어져줬고, 아기 목욕시키는 것도 배워왔다. 그 외에 배운 것은 비판텐은 만병통치약(?) 이라는 것 정도?

    그래도 산후조리원 꼭 가야할까? 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래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몸을 돌볼 수 있고 마음 놓고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전문 의료 인력이 있는 곳이니까. 내가 있던 조리원은 간호선생님들이 워낙 아기를 예뻐해주셔서 내 몸이 (수유하러 왔다갔다 하느라) 쉴 틈 없이 힘들고 지쳤을지언정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아기도 태어나느라 힘들었을텐데 적어도 생후 2주 정도는 아기를 제대로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의 케어를 받을 수 있어야 안전하지 않을까? 엄마가 이제 진짜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동안에 말이다.

    아직 드라마 1화도 안봤는데 안 봐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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